사진 작업을 해오면서 지금까지 경험한 경우들을 조합해보면 몇 가지로 정리가 가능하다. 데드라인까지의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긴급/일반/장기'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세부적으로 나누어보면 긴급은 촬영 후 1시간 이내부터 당일 전송까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의 경우 매우 모호할 수 있지만, 익일 혹은 일주일 가량을 볼 수 있다. 장기의 경우 프로젝트의 경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장기간의 작업은 '나의 작품'을 진행하는 경우일 때가 대부분이다. 최소 몇 주 간의 구상, 계획 기간을 갖고 작업 또한 상당한 시간을 요구한다.
이 아티클은 가장 단시간 안에 사진을 선별, 완성, 전송까지 진행하는 웍플로우에 관한 것이다.
상황들
언론사 사진기자들에게 일상적인 상황인 현장 종료 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사진의 전송 완료라는 프로세스는 일상이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는 언론사 사진기자 경험이 없기 때문에 나의 웍플로우 workflow 는 사진기자들의 방식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프로세스로 사진 촬영과 편집 그리고 전송을 완료해야 하는 경우에는 RAW 파일을 사용하기 보다는 jpeg 으로 촬영하는 경우가 대부분 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사진 파일의 용량을 줄여 하드웨어 과부하를 줄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된다. 최근에는 어떤지 모르겠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대화를 해 본 적이 없다. 스트레이트 기사의 경우 현장을 순차적으로 기록할 의무가 없다고 보는 것이 보통이다. 홍보 관련 계약을 하고 있는 경우라면 이야기는 좀 달라진다. 소위 말하는 내러티브 narrative 구성 작업이 요구될 때가 많고 브랜딩과 같은 작업을 위해 요구되는 스토리텔링 storytelling 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기사 제목'처럼 핀포인트로 요점 정리하는 듯한 느낌의 사진도 필요하지만 맥락 전반을 제시하는 사진도 준비되어야 한다.
헤드라인과 이야기 구조 Headline & Story Structure
'공연'이라는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헤드라인'에 해당하는 장면은 일반적으로 공연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내러티브'는 이야기 구조 story structure 를 요구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공연팀의 해외 공연이라면 공항에서 내려 이동하는 상황(팀에 따라서는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음), 현장답사, 셋업과 리허설, 공연, 공연후기 등으로 연결되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러한 작업의 진행은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해서 진행해야 한다. 즉, 헤드라인과 내러티브를 전부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약간의 시간을 두고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만큼의 사진 분량이 준비되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당일 기사 송출을 위한 서포트가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해외 공연과 같은 문화행사의 경우 재외공관이 주최하는 행사인 경우도 상당히 있다. 해당 공관은 국가가 운영하는 것이므로 가능한한 자신들의 행사를 알리고, 보도할 의무를 갖게 된다. 이런 경우 당일 보도를 위한 '헤드라인'이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대개 이 부분은 하루 정도 여유가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큰 어려움은 없다. 정치권 행사의 경우에는 당일 보도 자료를 배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전에 행사를 진행하고 오후에는 바로 기사가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 경우 행사 종료 직후에 사진을 배포할 준비를 끝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바로 이 부분이 사진기자들에게는 일상적인 상황이지만, 어떤 사진가들에게는 매우 익숙하지 않은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을 위해서 사진 기록을 하는 SD카드를 교체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현재 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카메라는 A7M3로 듀얼 SD카드 슬롯이 사용되는 기종이다. 아쉽게도 이 기종은 한쪽 슬롯만 UHS-II 방식이 적용되어 있기에 다른 한쪽의 액세스와 많이 차이가 나지만, 양쪽다 UHS-II 방식의 SD 카드를 넣고다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일 기사 송출을 위해서 본 행사 이전의 준비 과정에 대한 촬영은 2번 SD 카드를 이용하고, 본 행사는 1번 SD 카드를 사용하는 식이다. 바로 보내야 하는 사진들은 1번 카드에 들어있다. 따라서 종료 후 1번 SD 카드만 분리해 파일을 복사하고, 현장 정리의 여운은 그대로 계속 촬영한다.
사용되는 장비와 여건들
맥북프로 15인치 (워크스테이션)
삼성 SSD 1TB (스토리지)
소니 카드리더 (UHS-II, USB 3.0 지원)
외장 배터리 (AC 파워 80W 지원)
테더툴스 케이블 (이 경우는 백업 장비 - 카드 리더 대신 사용하는 경우가 있음)
헤드라인 사진 전송이라는 할 일과 기본적인 나의 웍플로우를 유지하는 것이 이러한 방법의 요점이다. 언론사에는 분명 이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이 프로세스는 지난번 금태섭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출마선언식에서 사용했던 방법이다. 헤드라인용 사진을 뽑아 대여섯장 가량을 공유 폴더에 업로드하면 공보 담당자는 언론사 기자들에게 해당 링크를 배포한다. 과거에는 웹하드를 사용하는 곳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구글드라이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소니 SD카드 리더 MRW S1
UHS-II SD 카드를 USB 3.0 속도로 복사할 수 있는 리더다. 본행사 사진을 촬영한 SD 카드를 카메라에서 분리한다. 나는 캡처원 Capture One 을 사용하는데, 만일 exclude duplicates 옵션이 켜져 있으면 읽는 속도는 엄청나게 느려질 수 있다. 캡처원은 라이브러리 관리가 매우 편리한 장점은 있지만 파일 복사 속도는 많이 느리다. Jpeg 파일로 사진을 찍어 파일 단위로 선별하고 포토샵으로 간단히 조정하여 전송하는 방식이 헤드라인 사진 작업에는 가장 빠른 방법일 것이다. RAW 파일로 찍어 라이브러리에 정리하고 Variants Export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차후 사진 관리와 나 자신의 고집 때문이지 이것이 좋은 방법이기 때문은 아니다.
다행인 것은 이제 UHS-II 방식, 빨라진 USB 전송 속도, 전체적으로 향상된 하드웨어 성능은 RAW 파일 작업에서도 큰 시간 지연을 만들지 않는다.
삼성 SSD 1TB (T5)
외장 SSD는 외장 HDD 즉, 하드디스크에 비해서 휴대가 편하고 액세스가 안정적이다. 또한 RW 속도도 훨씬 빠르기 때문에 나는 프로젝트에 맞춰 SSD를 사용한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SSD에 라이브러리를 만들어두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대용량 하드디스크로 옮긴다.
NEXT-208PB-UPS (20800mAh 휴대용 220V 대용량 배터리)
현장에서 전원을 연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여건이 아닌 경우도 많다. 전원을 연결하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전반적인 퍼포먼스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연결된 장치간 에러율을 낮추기 위함이다. USB는 전력문제에 관해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심한 경우 썸드라이브(흔히 USB 메모리라 부르는)가 인식되지 않는 경우도 생기는 것은 대개가 이 문제다.
RAW 파일 수백장을 다루는 작업은 컴퓨터 퍼포먼스가 필요한 작업이다. 동영상 만큼은 아니어도 빠른 속도로 배터리를 소모시킨다. 때문에 배터리만 이용할 경우 이런 웍플로우를 가동하면 한 시간 정도 밖에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휴대용 AC 전원을 가지고 다닌다. 이번에 사용해보니 컴퓨터를 혹사해도 두 시간 씩 두 번은 가능하다. 4~5시간 정도 높은 퍼포먼스가 요구되는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이 정도면 일일 일정 소화하는 것은 무리 없이 가능하다. 이동 중 차량 안에서 충전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테터툴스 케이블(TetherPro USB 3.0 to USB-C)
뻔하지만 원래는 스튜디오 세션을 위해서 사용하는 케이블이다. 데이터 전송 속도와 안정성 때문에 가끔 카드리더 대신 카메라를 연결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속도는 케이블로 직접 연결한 경우와 UHS-II/ USB 3.0 카드리더와 비슷하나 대개 케이블 직접 연결한 쪽이 아주 조금 빠르게 파일 복사가 끝난다.
다만 이렇게 파일을 옮기는 경우 카메라가 그 시간 동안 완전히 무력화 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카드리더를 사용한다.
인터넷 연결을 위한 스마트폰 핫스팟 이용은 이제는 보편적인 생활 기술(?)이므로 별도의 설명은 필요 없을 듯 하다.
파일포맷의 선택과 이유
정기 간행물(일간/주간/월간 등) 작업을 거의 하지 않는 나는 사진 촬영은 RAW 파일로, 최종본인 jpeg 파일의 경우 인쇄물을 기준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350dpi 에 맞추어 저장한다. 350dpi라는 해상도는 2017년 사진집 출간에 사용했던 값이다. 이 해상도는 인쇄 공정과 관련해 편집실에서 세부 사항을 정해준 것이다. 350dpi는 당시 작업했던 편집실과 인쇄공정에 맞춘 기준이다. 인쇄에 적합하기 때문에 지난 4년 가량 이 해상도로 작업 중이다. 이후에도 여러차례 다양한 인쇄공정이 들어가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350 dpi가 문제가 된 적은 아직까지 없다. 현재 사용 중인 캡처원 Capture One 의 EXPORT 세팅은 여기에 맞추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종종 일부 기관과의 작업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었다. 이를테면 국내 공공기관에서는 거의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용되는 한글과 컴퓨터의 워드프로세서 파일 보고서 양식에 사진을 편집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 대부분 사진 크기로 인해 파일 용량이 커져 무거워지는 경우가 자주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위 '사무용' 사양에 맞춘 컴퓨터에서 20MB 가까이 되는 jpeg 파일 여러 장을 워드프로세서 파일에 얹다보면 작업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RAW와 JPEG의 차이점: https://helpx.adobe.com/kr/lightroom-cc/how-to/raw-vs-jpe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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