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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s pictureBhang, Youngmoon

창작집단 『아모르파티』의 창립전시 - “판단중지”

4월 15일부터 선광미술관에서 열리는 단체전에서는 연작 <응시>의 신작으로 2점의 사진과 동영상을 전시합니다.

사진은 나름 2년 정도 고민한 작품 프레이밍(컴포지션이라고 해야할지..) 비율을 결정하여 내놓는 작업입니다.

저 나름의 Sci-Fi 감성 공간감입니다.



<응시, 원경의 수평 Contemplative Contemplation - The Horizon of a distant view>

30 x 45 in, inkjet print, 2023


사진연작 <응시>

사진연작 <응시>는 불교의 가장 오래된 경전인 빠알리어 니까야 중 <디가니까야 The Dīgha Nikāya (“Collection of Long Discourses”)> 가운데 붓다께서 명상을 가르친 내용을 전한 ‘대념처경 Mahasatipaṭṭhāna Sutta - The Great Discourse on the Foundations of Mindfulness’을 소재로, 그것을 현대적 언어와 관점을 통해 바라본 저의 인상들을 표현합니다.


<응시>, 3번째 구성 - 원경의 지평 The Horizon of a distant view

이번에 작품과 함께 들어가는 video&sound 는 제가 평소 테드 창 Ted Chiang 의 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이미지들을 표현해보고 전시되는 작품과 함께 들어갑니다. 작업 자체가 테드 창의 소설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Tower of Babylon>이나 <Story of Your Life>를 읽으며 머릿속에 이야기 자체와는 관계 없이 그냥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듯한 이미지들의 느낌이기도 합니다.


한계의 상징물인 지평은 곡률 curvature 의 결과로 우리가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지평선(수평선)이나 중력과 같은 힘은 다시 말하면 공간의 곡률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매번 의식되는 것은 보이고 느껴지는 것들이지 그것을 이루는 매우 결정적 요소가 보이지 않을 때가 있음을 떠올려 보면서, '지평'이라 쓰고 '곡률'이라 해석합니다.


지평을 '한계'를 상징하는 시각적 표현으로 선택한 이번 작업은 때마침 AI가 특이점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과 더불어 진행된 것이기에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저의 본작업 외에 많은 부분에서 생성형 AI(Generative AI)를 활용하고 있는데, 특히나 사람에게는 어려운 유사하지만 계속해서 다른 패턴을 만들어 내는 작업에서 그 강점을 보여줍니다. 또한 같은 '이야기' 혹은 '개념'을 놓고 저와는 매우 다른 사람 같은 선택을 하는 AI의 결과물을 보면서 아이디어와 스케치에 큰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생물의 고등한 지능의 기본적인 목적인 시뮬레이션이라고 합니다. 하나 뿐인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체의 물리적 여건을 유지해야 합니다. 생성형 AI의 보급은 다양한 활용 방향으로 수많은 분야들에서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한데, 저는 특별히 이 점 즉, 간단한 수준의 시뮬레이션에 중점을 두고 생각해보는 중입니다. 작가가 혼자 작업을 구상하고 또 고민할 때면 자칫 자신만의 상자에 갇혀 버릴 수 있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작업은 최종적으로 팀웍의 결과물인 경우가 많은데, 생성형 AI를 통해 다양한 스케치를 해보며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이것은 '현재의 나'를 비춰주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해주게 됩니다.


간단히 chat GPT의 경우로 예를 들어보자면 이렇습니다.

어떠한 문장을 적어 나갈 때 '나의 글투'라는 것이 형성됩니다. 이것은 어떠한 표현을 할 때 주로 사용하는 문장의 구조, 단어의 선택 등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어떠한 목적성을 가진 글을 chat GPT가 작성하도록 할 경우 평소 저와는 매우 다른 단어 선택을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즉, 어떤 생각하지 못했던 문장이 만들어지며 현재 나의 글과 비교를 통해 그 나름대로 새로운 글들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아직은 시작단계에 있기 때문에 너무 복잡한 질문은 어렵지만, 템플릿, 선형 혹은 비선형 편집, 이미지 생성, 사진에서의 색보정 등 구상의 단계에서부터 일종의 '다양한 의견'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저는 open AI 가 서비스하는 chat GPT와 DALL•E 2를 이용해 문장과 이미지들을 생성하여 이번 작업에 활용했습니다. 동영상에 사용되는 이미지들이 바로 그것인데, 저의 작업 노트들을 chat GPT에게 리뷰하도록 하고, 그 리뷰한 문장 가운데 일부를 골라 DALL•E 2 에 입력해 이미지를 생성하여 제가 만든 음원과 함께 동영상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이것은 '한계'의 은유들(metaphors)을 제시하는 저의 이번 신작에 매우 시기적절한 활용방향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창작집단 『아모르파티』의 창립전시 “판단중지”>



■ 전시개요

  • 2023. 04. 15.(토) ~ 04. 24.(월)

  • 인천 선광미술관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 15번길 4)

  • 기간중 휴무없음

    • 평일: 11~18시, 주말: ~19시

  • 오프닝: 2023. 04.15. (토) 17:00 @ 선광미술관


■ 참여작가

김경수, 김경희, 김대희, 방영문, 번가남, Julia Js Won, 안우동, 이동선, 차주용, 허창범 진행: 호 창



< 창작집단 『아모르파티』의 창립전시 “판단중지”를 알립니다. >

기획: 오철민


Ⅰ. 『아모르파티』는 사진, 회화, 영상, 조소,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예술창작자들의 집단입니다.

『아모르파티』는 주어진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그 너머의 세계를 지향합니다. 니체의 개념인 ‘아모르파티’는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그 책임을 요구함으로써, 부정을 긍정의 것으로 전환하는 힘입니다. 이는 니체의 비유처럼 그리스 비극의 초월적 '신'에게 죽음을 각오하고 대항하는 '초인'의 당당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초인이고자 합니다. 과거의 지루한 예술역사와 마찬가지로 우리시대 역시 예술창작자를 그답지 못하게 하는 초월적 신들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에 우리는 우리시대의 초월적 대상에 대해서 대항할 것이며, 그 대안을 지속적인 창작활동을 통해서 제시하고자 합니다.


Ⅲ. 2023년 4월 15일 인천의 선광미술관에서 “판단중지”를 주제로 하는 『아모르파티』의 창립전시가 시작됩니다.

“판단중지(Epoche)”는 후설의 개념입니다. 후설은 삶의 ‘올바른 태도’는 세계에 대한 열린 자세라고 합니다. 일상에서의 태도는 ‘자연적 태도’라고 하는데, 이는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근원적 습관과 같은 것입니다. (사회적 보편타당성을 가치의 중심에 두는) ‘상식(common sense)’ 혹은 '통념(doxa, 독사)'으로 정의되는 자연적 태도는 관습적이고 실용적인 태도이기 때문에, 이 세계를 제한적으로만 바라보게 합니다. 후설은 바로 이 자연적 태도에 대한 '판단중지'를 요청합니다. 자연적 태도에 대한 판단중지는 제한된 세계에 대한 확신을 단번에 괄호 치는 것입니다.

판단중지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 세계에 대한 일체의 판단 유보를 요청합니다. 이는 세계의 실제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불완전하고 심지어는 이데올로기적인 자연적 태도의 확신을 효력 중지시킵니다. 이로써 상식과 통념으로 당연시했던 초월적 대상을 비롯한 이전의 모든 판단이 유보되고 그 효력을 잃게 됩니다.

그렇다면, 판단중지 후에 새롭게 드러나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자연적 태도에서 우리의 시선은 보편적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외부 대상에만 쏠리게 됩니다. 자신의 내면을 살피는 ‘반성적 태도의 결여’와 ‘외부 세계로의 몰입’이 자연적 태도의 주된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연적 태도에 대한 판단중지는 외부 대상으로 향했던 시선을 자신의 내면으로 돌리는 역할을 합니다. 통념, 코드, 상식의 사회 보편적 판단으로 설명되지 않는 무규정자인 자신만의 내면 혹은 이것을 찾는 우리의 시선을 “paradoxa”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예술적 실천은 오늘날 우리사회의 초월자에 대한 “시뮬라크르의 저항”이자 “새영토를 향한 탈주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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