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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s pictureBhang, Youngmoon

김대중 대통령 서거 11주기 사진전 '대통령의 서재' 전시를 마치고


역사적인 인물의 개인적인 모습을 이해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한 인간의 모습을 조용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참 많은 느낌과 생각들이 스쳐 지나갈 때가 있다. 나는 이번에 김대중 대통령 서거 11주기 사진전을 준비하면서 이러한 생각들을 그 어느 때보다 오랜 기간 해본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금은 우리와 같은 세상에 함께 하실 수 없는 두 분의 삶을 그 흔적을 통해 조명한다는 작업은 '사실 기록 기반의 예술'이라 볼 수 있는 사진을 하는 입장에서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2020년 8월 18일, 김대중 대통령 서거 11주기 사진전 오프닝 및 추도식 현장>



30점의 사진 - 28점의 공간 사진(창작)과 2점의 복원


이번 사진전에는 총 30점의 사진을 전시하였다. 복원사진 2점과 동교동에서 촬영한 28점의 사진을 전시하였다. 처음에 이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을 많이 할 수 밖에 없었다. 고인이 되신 두 분의 거대한 삶을 흔적만으로 조명하는 작업이라는 점이 가장 그러했다. 거기에 시간이 한 달 반 정도 밖에 없는 상태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잡아내고, 그 의미들을 담아낼 수 있을까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래저래 많이 어려운 작업이었으나 지난 8월 18일부터 21일까지 전시하는 것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대통령의 서재> 그리고 ...


전시의 제목은 <대통령의 서재>였다. 개인적인 공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공간에서 역사적 의미가 될 수 있는 사물들을 사진에 담아내고, 그 맥락이 되는 공간들을 표현하는 것으로 흐름을 잡아보았다. 이 제목은 내가 지은 제목이 아니다. 아마도 전시 기획을 한 김홍걸 의원실에서 지은 것 같은데, 이 제목 덕분에 나는 사진의 방향성을 아주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처음 제안이 있었을 때는 너무나 막연한 느낌에 고민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저 제목 덕문에 정리가 된 셈이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사용하셨던 서재에 들어가보면 공간 배치를 통해 시각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책상 의자에 앉아서 정면을 보면, 시계를 바로 볼 수 있고,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부모님의 사진이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김구 선생님이 직접 쓰신 ‘윤집궐중’이라는 글귀와 예수님 성화가 눈에 들어온다.


공간의 배치에 생각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최근 동교동이 아닌 고양시 일산에 있는 다른 사저를 돌아볼 때 더 분명해졌다. 동교동 사저가 정말 개인의 공간으로 두 분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든다면, 일산의 경우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공간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이 공간은 김대중 정부가 우리나라와 사회의 분위기를 얼마나 크게 바꾸었는지를 상징하는 곳으로 앞으로 매우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부분들은 조금 더 숙고의 시간을 거쳐 이 중요한 시기를 연결할 수 있는 생각의 접점을 만들고, 사진 속에 담아 발표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대중 대통령 이희호 여사가 생활했던 고양시 일산의 사저


하드웨어를 보면 발생의 이유를 알 수 있다.


인류가 상상해 온 컴퓨터의 능력이라는 것은 꽤나 오래전부터 그 범위가 엄청나게 넓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의 <The Last Question> 같은 단편을 보면 컴퓨터가 보여주는 기능의 극한과 SF 시나리오의 가장 광대한 범주를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들의 당시 시각화를 보면 당시 구현 가능했던 하드웨어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4세기 정도를 그리는 SF물에서도 CRT 모니터가 흔하게 등장하며, 지금은 너무나 흔해져서 사람들이 아무데나 찔러볼 정도로 문제가 되어버린 터치 인터페이스는 의외로 잘 나오지 않는다. 여전히 정확도나 사용 용이성은 레버나 페이더를 하드웨어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점은 사실이다. 터치기반의 장점은 하드웨어를 일원화할 수 있다는데 장점이 있는 것이지 다른 측면에서 부각되는 장점은 그다지 없다. 정확도도 떨어지고, 정밀한 작업의 경우 우발적인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흔히 '콘텐츠 contents' 중심의 사고를 하고자 하지만, 실상은 그러한 콘텐츠들은 하드웨어라는 환경을 무시하고는 성립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수메르나 아카드 문명은 쐐기문자(설형문자)를 사용하였지만, 자원의 풍성함이 더 오래 지속되었던 나일강 삼각주의 이집트는 파피루스와 더 정교한 기록 방식들을 남겼다.


최근 이러한 생각을 더 많이 해보게 된 까닭은 지난 2020년 8월 18일부터 21일까지 있었던 김대중 대통령 서거 11주기 사진전 <대통령의 서재>展을 진행하면서였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사용하셨던 공간들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떠올리기 시작한 생각들이다. 사저의 공간을 보고 있으면, 근 20여년 동안 우리나라가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경험했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생각들을 정리하여 추후에 조금 더 확장된 전시를 해보고자 준비하고 있다.



사진전 돌아보기 - 전시된 사진 및 소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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