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가 작품으로서의 공연 사진 촬영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것은 단순히 무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분위기, 극장의 공간 그리고 무대예술가의 예술행위의 상관관계를 재해석하는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것은 무대와 건축적 요소들 무대예술가와 그들을 둘러싼 환경적 요인들의 세부적인 얽힘들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샬롯 코튼의 책 “현대 예술로서의 사진"에서 보면, 사진을 위한 특정한 사건들을 구성해나가는 사진가들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러한 작업의 뿌리는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주로 일어난, 대개 퍼포먼스와 같은 일시적인 형태의 개념 예술들에 관한 기록과 배포에서 사진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지점으로부터 발견된다고 하는 것이다.
특정한 순간들을 들춰낼 때마다 그것의 핵심이 되는 것은 어떻게 이러한 순간들을 프레임 안에 담아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의식적, 무의식적 활동들의 연속이다. 때문에 전략적으로 극장의 내부 공간과 무대예술을 바라보는 이가 집중해야 하는 순간들을 파악하고 무대예술작품과 공간 그리고 그것들의 연출요소들을 사진이라는 이미지로 담아낼 것인가에 집중하게 된다.
극장의 내부 공간은 단순히 무대예술의 병풍이 아닌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작용한다. 극장의 측정, 건축적 특징의 파악, 조명 그리고 음향 모든 것이 전반적인 경험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러한 요소들을 의식하고 집중하는 것을 통해 나는 종종 공간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도록 사진 작업을 의도한다. 중점적으로 인물에 집중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나는 무대예술이 갖는, 무대예술인과 행위의 환경들이 조화를 이루는 지점을 찾고자 노력한다.
무대에서 벌어지는 예술행위를 바라보는 ‘인식의 과정' 속에서 나는 이러한 ‘바라보기'를 응집력 있는 이미지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앵글을 선택하고, 프레임을 결정하고, 조명이 만드는 시각적 다이내믹들을 사진 속에 담아간다.
공간 다루기
나의 무대사진은 '공간자체에 대한 탐색'을 포함한다.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요소들'은 공간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공간 그 자체를 상정하는 것은 극장이라는 장소와 그것의 건축적, 구조적 요소들보다 조금 더 추상적인 요소들일 수 있다. 카메라와 렌즈의 광학적 특성을 고려하여 가능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공간자체'를 절두체(frustum)로 상정해 보는 것은 이러한 접근을 위한 방법이다. 나는 사진가가 기하학적으로 접근을 할 수 있는 요소들을 통해 직관과 감각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다고 본다.
시야각(視野角, Field of View)
시야각은 카메라 렌즈가 포착할 수 있는 각도다.
이는 렌즈의 초점 거리와 센서의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
시야각이 클수록 더 넓은 장면을 포착할 수 있다.
시야각이 작을수록 더 좁고 집중된 장면을 포착할 수 있다.
시야각(視野角, Field of View)은 센서의 크기(가로 혹은 세로)를 초점거리(focal length)의 곱으로 나눈 값을 아크탄젠트 값으로 하여 그 값에 2를 곱한 값으로 구할 수 있다. 내가 극장 와이드샷(long shot 혹은 full shot 이라고도 함)을 촬영할 때 주로 사용하는 Fujifilm GFX 50Sii 카메라를 기준으로 생각해 볼 때, 35mm 초점거리를 사용할 경우 가로는 약 64.07도, 세로는 약 50.35도의 시야각이 확보된다.
시야각과 거리를 통해 촬영 가능한 범위 구하기
시야각을 구할 수 있으면 측정을 통해 촬영이 가능한 범위를 구할 수 있다. 시야각을 2로 나눈 값을 탄젠트 값으로 거기에 거리를 곱하면 촬영 가능한 범위가 나온다.
예를 들어 카메라로부터 6m 떨어진 벽면을 촬영한다고 가정해보자. 앞의 조건(Fujifilm GFX 50Sii, 35mm 초점거리 사용)을 대입해보면, 가로는 2 x 6 x 0.624, 세로는 2 x 6 x 0.470 이 된다. 이는 각각 약 7.49m x 5.64m 가 된다.
무대 예술이 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다소 평면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무대 예술은 분명히 3차원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주로 다루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변수를 더 해야 하는데 이것을 위해서 컴퓨터 그래픽이나 광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절두체(frustum)를 통해 '공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렌즈 절두체 기준점
Frustum Base Points를 ‘렌즈 절두체 기준점'으로 번역하는 것은 의미를 직접적으로 번역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절두체 기준점과 카메라 렌즈의 접점을 고려한 의미를 살린 번역인 것 또한 사실이다. 이것은 카메라의 렌즈를 절두체(frustum)를 형성하고 결정하는 요소로 본다는 의미이며, 보이는 영역(the visible area of the scene)을 결정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사진과 광학이라는 맥락에서의 접근 방식이다.
절두체(截頭體, frustum)
절두체(截頭體, frustum)는 3차원 형태로 피라미드와 유사한 형태를 띄며 상단이 절단된 형태를 하고 있다. 사진이나 컴퓨터 그래픽에서 절두체는 카메라 렌즈에 의해 가시영역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절두체의 형태
끝이 뾰족한 일반적인 형태의 피라미드의 끝단을 평평한 아랫단과 평행하게 절단하여 얻어지는 3차원 형태를 절두체(截頭體, frustum)라 한다.
따라서 절두체는 넓은면과 좁은면으로 만들어지는 두 개의 평행한 면을 갖게 된다.
절두체 기준점 – 렌즈 절두체 기준점
절두체의 기준점들 가운데 넓은 기준면의 꼭짓점들이 카메라로 볼 수 있는 범위를 결정한다. 카메라를 통해 어떠한 장면을 바라볼 때 카메라의 렌즈가 바로 이 절두체를 결정한다. 촬상면에 맺히는 모든 것은 바로 이 절두체 범위 내에 있는 것들이다. 절두체의 크기와 형태는 렌즈의 초점거리와 촬상면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절두체는 카메라의 ‘시계 the field of view'를 나타낸다. 평행하는 두 개의 기준면 가운데, 넓은면은 특정한 거리에서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볼 수 있는 범위를 의미하며, 좁은면은 카메라 렌즈에 접한다.
이 절두체의 범위가 카메라에 보이고, 촬영되는 프레임의 범위를 의미한다.
절두체는 사진가가 자신의 시점과 사진에서 표현되는 원근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카메라에 가까운 피사체는 크게, 멀리 있는 피사체는 작게 보인다. 이를 절두체에 대입해 생각해보면 넓은 기준면 쪽으로 가까운가, 좁은 기준면 쪽으로 가까운가를 통해 조금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이해는 촬영을 위한 구도를 생각할 때, 프레임 안에 펼쳐지는 장면에 있어서 주제들과 피사체가 되는 대상물들을 더욱 세밀하게 고려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학적 관점
3차원 좌표계에서 절두체는 절두체의 기준점에 의해 나타낼 수 있다.
이들 기준점은 공간 안에 위치한 좌표들을 통해 확정된다.
컴퓨터 그래픽에서는 3차원 공간을 2차원 평면에 투사하는 상황의 변환을 위해 사용된다.
사진에서는 3차원 공간의 사건을 ‘촬상면'이라는 2차원 평면에 투사하는 경우가 된다.
극장 사진 촬영에 적용하기
극장 사진 작업에서 시계(FoV)의 이해는 주어진 거리를 통해 촬영 가능한 무대의 범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특정한 거리에서 사진으로 촬영 가능한 장면의 크기를 알아본다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필요하다.
촬영 가능한 폭은 가로와 세로 모두 동일하게 시계(FoV)를 절반으로 나눈 값을 탄젠트 값으로, 여기에 거리의 두 배를 곱하면 구할 수 있다.
절두체 그리기
시계(Fov)를 통해 확보된 촬영 가능 범위를 카메라의 렌즈로부터 가까운 위치로부터 상하좌우 기준점을 잡고 연장선을 그린다. 이들 선들은 시계(FoV)의 종횡 각각의 ½ 지점을 기준으로, 조금 더 간단하게 표현하면 기준점을 통해 만들어진 사각형의 한 가운데에 수직선을 기준으로 얻어지는 연장(extension)이다.
절두체의 기준점은 거리 d에 있어서 다음과 같이 얻을 수 있다.
44mm x 33mm 중형 포맷 카메라에서 35mm 화각, 3~12m 까지 촬영 가능한 범위를 절두체로 표현
정리하기
나는 무대예술의 촬영에 있어서 이 '공간에 대한 인식'이 내 활동의 주된 요소가 된다고 본다. 그래서 카메라로 바라볼 때 '공간'이 되는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다음 그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건축, 실내형태 그리고 사건의 요소들이 만드는 다채로운 관계성들을 담아간다는 이야기를 '작품화'하기로 했다. 나는 이러한 작업에서 나의 예술가적 입장이 반영되는 지점은 사진(결과물)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나의 활동(사진 행위와 그것을 준비하는 전반적 행위들)에 있다고 생각한다.
'공간'을 말할 때 흔히 사물들의 상관관계로 발생하는 어떤 자유도가 높은 영역을 공간이라고 흔히 오해한다. 공간은 이보다 훨씬 추상적이다. 특히나 시각(visual) 활동으로 인지되는 공간은 절두체(frustum)의 형태로, 그 외의 감각을 통해 수용하는 공간감각은 그보다 훨씬 복잡도가 높은 기하학적 형태로 표현된다. 화각, 촬영 가능한 범위 그리고 이들 변수들을 통해 절두체 그리기를 해보는 것이 곧 사진 촬영에서 어떠한 '정답'을 구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접근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단순히 공간 자체를 다루는 일종의 '추상성'을 통해 예술적 접근을 하는 것 외에도 이러한 접근을 통한 스케치를 해보면 무대 설치의 경향이나 특징들을 다채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즉, 이러한 시도들은 실무적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는 도구들을 강화해준다.
내가 촬영할 무대를 향해 단순히 카메라를 세워 뷰파인더나 모니터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절두체를 상정해보면, 무대에서 출연자, 연주자, 사물의 배치에 반영된 주요한 형태가 조금 더 명확하게 인지된다. 예를 들어 밴드 음악의 경우, 특징에 따라 꼭지각이 무대로 향하는 이등변 삼각형이 되거나 마름모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객석의 반대방향을 향해 기하학에서 말하는 호(弧, arc)를 그리는 경우도 있다. 절두체의 상정처럼, 원을 분할한 부채꼴을 호도법(弧度法, circular measure)으로 맞춰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이처럼, 주제처럼 다룰 수 있는 주된 형태(dominant shape)를 발견하는 것은 단순히 감각과 직감 뿐만 아니라 이론과 측정을 통해 더 다채로운 접근을 개발할 수 있다.
감각과 직관은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것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를 넘어서는 통찰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 연마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많은 경우, 특히나 직업적으로 사진을 해야하는 경우라면 제한된 시간을 준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발휘할 수 있는 도구를 갖추는 것이 좋다. 나는 이것이 공간을 다루는 나의 작품 세계일 뿐만 아니라 실용적으로도 매우 폭넓게 응용되고, 감추어진 것들을 드러내는 제 3의 눈을 개발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무대예술에 관한 사진 촬영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결과물과 더불어 그것에 대한 실행활동이 나의 예술활동이라 보기로 했다. 앞으로 이러한 접근을 통해, 사진에 보이는 것들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것들과 추상적 요소들을 끌어내는 또 다른 작업을 통해 무대예술 사진촬영을 나의 작품 영역으로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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