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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s pictureBhang, Youngmoon

비는 내리는가?


"I still don't know the taste of vanilla. But, if I hear and read these descriptions, and then taste vanilla for the first time, I might say, 'or course.' This can be equally true of visiting the Grand Canyon or viewing a work of art for the first time." - Philip Perkis

신년, 내가 오랜 시간을 들이고 있는 것은 필립 피키스 Philip Perkis 의 글과 사진들이다. 특히 그가 직접 쓴 <Teaching Photography>는 지금의 고민 가운데에 아주 중요한 이정표가 되어 줄 때가 많다.

탁상 위에서는 우리가 여전히 생소하게 느끼는 이론들이 매우 오래된 것인 경우가 자주 있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뉴턴 Isaac Newton 의 물리학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것을 개정한 상대성이론도 이미 오래된 것이 되었다.

미학과 사진 이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존 사코우스키 John Szarkowski 가 사진을 정의하는 5가지 요소, 쇼 Stephen Shore 가 사진을 정의하는 4가지 요소와 같은 방법 외에, 찰스 S. 퍼스 Charles Sanders Peirce 의 기호학을 받아들인 롤랑 바르트, 수잔 손택, 필립 뒤부아, 크리스티앙 메츠 같은 사람들이 말하는 '지표체계'로서의 사진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생소한 개념들이고, 여전히 어려운 이론들이다.

이 와중에 퍼키스 Philip Perkis 처럼 언어에 대한 부정을 가지고 사진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대가를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만남인 것인가? 이를 생각해보면 왜 그리도 그의 작품과 글을 보며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비는 내리는가?

정말로 비는 내리는가?

5요소, 3요소, 기호학적 이해와 같은 생각들이 사진을 이해하는데 분명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한순간, 한 장면, 눈을 감았을 때 문득 알게되는 소리, 피부로 전해지는 느낌. 이러한 것들이 더욱 본질적인 것인 경우가 있다.

아! alas! 하는 한순간의 느낌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데 더 본질적인 경우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몸을 맞대고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것이 기나긴 문장들보다 훨씬 본질적일 때가 있다.

비는 내리는가?

그렇다면 '내린다'라는 사태와 별개로 존재하는 '비'라는 것이 있는가?

수증기 상태로 공중을 떠다닌다면 그것은 구름이다.

차라리 물이 내린다고 하면 맞을까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흔히 '비'라고 하는 것이 오는 그곳이 아닌 다른 어느 곳이라도 될 수 있는 실체를 알 수 없는 것일 수 있다. 우리의 발보다 낮은 높이에서 하늘로 올라가 뭉치고 그것이 어느 순간 다시 땅으로 돌아오는 그것을 가리켜 우리는 '비 rain'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것은 '내린다.' 그러나 그것이 '내린다'라고 하는 사태와 분리되어 생각될 수 있는가?

결국 언어는 세상을 반영하는데에 있어서 불완전한 사유체계이며 사도 바울의 말처럼 흐릿하게 보이는 거울이다.

때문에 나는 아! alas! 하는 한순간의 느낌이 더 본질적이라는 생각을 적어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내가 부정하는 언어를 통해 나의 느낌과 생각들을 적어가는 것도 모순이지 않은가?

1 The world is everything that is the case.

1.1 The world is the totality of facts, not of things.

1.11 The world is determined by the facts, and by these being all the facts.

1.12 For the totality of facts determines both what is the case, and also all that is not the case.

1.13 The facts in logical space are the world.

<Tractatus Logico-Philosophicus> by Ludwig Wittge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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