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bject-ness of what is seen. No fast jump to metaphor or symbol. No 'cultural context.' Too soon. Plenty of time for that later.
First, the 'reality' of light on surface.
Not to name, label, evaluate, like, hate; no memory or desire. Just to see."
- Philip Perkis
나는 최근 어떠한 시류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 그것은 영화에 관한 것이다. 우리 영화는 어느 덧,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최근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면 그 영화가 보여주는 '사회적 의미' 부각에 너무 빠져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마치 그 영화가 사회의 문제들을 하나하나 깊이 있게 짚어나가고 있기에 의미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작품은 작품 그 자체로 의미가 우선이다. 그렇다면 영화는 영화의 재미가 우선이지 않을까?
사진은 대상의 표면 위에 떨어지는 빛을 느끼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의미를 먼저 부여하는 것은 자칫 그것이 '사진'으로 완성되지도 못한채 소위 '숨어있는 가치'만을 억지스럽게 끌어내려는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도 가지고 있다.
나는 처음부터 어떠한 의미 그리고 의도를 가지고 작업했다. 이러한 프레임은 과거 유명한 색소폰 연주자들의 음반 부클릿 혹은 커버 등에 자주 사용된 표현 방법이다. 나는 이 사진에서 인물이나 악기 자체보다는 내가 부여하고 싶은 의미를 강조하는데 집중했다. 때문에 얼굴은 어두워 거의 보이지 않고, 악기는 흐릿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사진 속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피사체 즉, 인물의 '귀'다.
귀와 관련된 관념들에는 듣다, 귀를 기울이다, 집중하다, 인지하다 등이 있다. 즉, 음악가에게 가장 우선하는 것은 소리를 듣는 것에 있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정리해보면,
이 사진은
(1) 음악가에게 있어서 '듣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가,
(2) '자신의 음악을 가장 먼저 듣는 것은 자신'이라는 점,
(3) 음악은 과시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을
표현하고자 했다.
때문에
(1) 음악가의 '귀'를 강조하고,
(2) 악기를 포함하고 있으며
(3)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처음 포스트를 시작할 때 적고 있듯이,
사진가 필립 퍼키스 Philip Perkis 는 그의 저서에서 너무 빨리 상징이나 의미로 건너 뛰지 말 것을 조언한다.
(The object-ness of what is seen. No fast jump to metaphor or symbol. No 'cultural context.' Too soon, Plenty of time for that later. First, the 'reality' of light on surface. - Philip Perkis)
그리고 이것은 매우 중요한 조언이다. 만일 이러한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사진의 완성에 앞서 의미의 부여로 변변치 않은 작업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 억지스러운 가치를 끌어내려는 시도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기합리화는 예술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병폐의 원인이 되고만다.
한편으로,
연출사진에서는 의미를 의미나 상징을 우선해서 촬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은 초기 컬러사진에서 '색'을 다루는 문제가 스튜디오의 통제된 상황에서 먼저 의미를 찾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욱 명확해지는데, 색과 은유, 의미 그리고 상징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The conspicuous successes of color photography are not many, and most of these have depended on a high degree of prior control over the material photographed. The still lifes of Irving Penn and the portraits of Marie Cosindas, for example, are masterly studio constructions, designed to suit the preferences of the camera."
- John Szarkowski
사진을 찍은 후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
의미를 담은 후 사진을 찍어보는 것.
모두 중요한 사진 활동이 될 수 있다.
전례가 되는 작품이 나타나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만일 상황을 정확히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의미를 먼저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