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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s pictureBhang, Youngmoon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인식하는 것이다



“The countless judgements and decisions which constitute a drawing are systematic. That is to say that they are grounded in an existent language. The teaching of this language and its specific usages at any given time are historically variable. A master-painter's apprentice during the Renaissance learnt a different practice and grammar of drawing from a Chinese apprentice during the Sung period. But every drawing, in order to re-create appearances, has recourse to a language.

Photography, unlike drawing, does not possess a language. The photographic image is produced instantaneously by the reflection of light; its figuration is not impregnated by experience or consciousness.” - John Berger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존 사코우스키(John Szarkowski)가 잘 정리해주고 있는데, "그림은 만들어지지만(paintings were made), 사진은 취해진다(photographs were taken)"는 것이다.

존 버거는 "사진은 드러난 것으로부터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인용해온다(Photographs do not translate from appearances. They quote from them)"고 했고,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이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코드가 없는 메시지와의 대면이다. 그러므로, 사진은 이미지계 최후로 가장 개량되어진 것이라 볼 수 없으며, 정보경제학의 결정적 돌연변이에 해당하는 것이다(humanity encountering for the first time in its history messages without a code. Hence the photograph is not the last (improved) term of the great family of images; it corresponds to a decisive mutation of informational economics)"라고 했다.

"The invention of photography provided a radically new picture-making process – a process based not on synthesis but on selection. The difference was a basic one. Paintings were made – constructed from a storehouse of traditional schemes and skills and attitudes – but photographs, as the man on the street put in, were taken."

상상하지 말고 인식하십시오

미군의 저격수 훈련 교범에는 '상상은 과장과 부정확함의 원인이 될 수 있다(Imagination may cause possible exaggerations or inaccuracy)'는 말이 나온다. 교범은 기록 record 을 강조하는데, 또한 가장 쉽게 활용될 수 있는 기록방식은 기억하는 것(the most accessible method is memory)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Imagination may cause possible exaggerations or inaccuracy.

the most accessible method is memory. The ability to record, retain, and recall depends on the team’s mental capacity (and alertness) and ability to recognize what is essential to record.

(1) The amount of training and practice in observation.

(2) Skill gained through experience.

(3) Similarity of previous incidents.

(4) Time interval between observing and recording.

기시 유스케 (貴志祐介)의 소설 <신세계에서> 초반에 나오는 대사다. 주력(呪力)의 발현을 위해 초등교육기관에 들어가기 전의 아이를 일깨우는 중에 나오는 말이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력'이란 사물은 물론 살아있는 대상들을 자기 의지로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한 조정의 폭은 매우 넓어 사물을 움직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생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한 주력을 다루는데 중요한 것은 상상(imagination)이 아니라 인식(cognition)인 것이다.상상 imagination 이 필요한 경우와 인식 cognition 이 필요한 경우를 혼동하기 쉬운 것이 예술이다. 순간순간 시간의 흐름을 다루는 경우에는 이것이 결과를 좌우하기도 한다.

사실 이런 생각은 기시 유스케 (貴志祐介)만의 것은 아니다. 이소룡(Bruce Lee)의 본격적인 헐리우드 진출작이었던 《용쟁호투》(龍爭虎鬪; Enter the Dragon)에서도 "Don't think! Feel." 이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일련의 '논리적 절차 logical process'에 의한 결정이 아닌 직관적인 결정에 자신을 맡기라는 것일까?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러한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는 것일까? 이는 상황에 대한 예측(prediction)보다는 순간에 대한 인식(cognition)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상황에 대한 인식이라는 것은 언어보다 원초적인 의사소통이라고 보면 될까? 모든 상황을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해 소모시키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면 당연히 인식이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상황을 인식하기 보다는 '이것은 이렇게 되어야 하고 저것은 저렇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뿐이다. 사물을 비롯한 모든 것은 나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상식적인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염력(psychokinesis)이 있다고 여기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좋은 사진은 피사체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서 온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이것은 상상하는 것 혹은 예측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인식하는 것이다.

"그림은 만들어지지만(paintings were made),

사진은 취해진다(photographs were taken)"

그림의 작업은 생각하는 것이 주된 것이지만, 사진의 작업은 느끼는 것이 훨씬 많다. 그림의 작업은 표현에 따른 논리적 절차가 주요하지만, 사진은 선택의 문제가 훨씬 주요하다.

"The invention of photography provided a radically new picture-making process – a process based not on synthesis but on selection." - John Szarkowski

사진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발생하고 있는 연속선 상에서 순간순간 발생하는 일종의 참견이다. 매우 개인적인 생각으로, 나는 2470 렌즈의 선택범위(24mm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mm)는 불합리한 것이라고 느낀다. 인식 후에 뒤따르는 행동의 절차들 즉, '체계적인 수많은 판단과 결정들'이 존재하게 되기 때문이다. 판단이 아닌 익숙함 즉, 기억과 감각에 의해 몸에 학습된 행동을 통해 반사적 반응을 일으키려면 단일한 초점거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내가 가진 생각이다.

"Photographer discovered that there was a pleasure and a beauty in this fragmenting of time that had little to do with what was happening. It had to do rather with seeing the momentary patterning of lines and shapes that had been previously concealed within the flux of movement." - John Szarkowski

미육군 교범의 '상상이 부정확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오랜 경력을 가진 경우라도 경구로 삼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군사교범이다 보니 뒤따르는 내용도 매우 구체적이다. 1번부터 4번을 인용해두었는데 이것은 추후에 구체적인 사진 작업의 과정으로 취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기 때문이다.

대상이 사람인 경우 대개 유사한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Similarity of previous incidents). 사람이 무한히 창조적으로, 무작위로 행동할 것 같지만 대개는 소소한 버릇들이 훈련된 듯 상당히 정확하게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촬영 전까지 관찰하여 머리에 기록하고, 그 기록 가운데 선택하여 매체에 기록하면 더욱 집중된 선택의 문제에서 결과물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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