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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열린 세계에 대한 경외감, 이 느낌 위에 나의 작품을 어찌 놓을 것인가?

  • 작성자 사진: Bhang, Youngmoon
    Bhang, Youngmoon
  • 2024년 7월 4일
  • 4분 분량

Desire for communication with the awe of the endlessly open world ...

How do I place my works within this imagination?


JUN.2024

- photographer BHANG Youngmoon



2024.07.01

"거기에 두세 통 드는 돌항아리 여섯이 놓였는지라" - 요한복음 2장 6절

버몬트 대학 연구팀이 전세계 문학사에 나름 이름을 올리고 있는 1,327권의 소설을 분석한 연구가 있다(2017). 아주 최근의 작품들은 다른 경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인류가 만든 서사 구조는 여섯(6) 가지가 전부다.

그리고 이것은 크게 복잡하지 않은 2차원 곡선으로 표현할 수 있다.


심리학자 그레고리 번스 Gregory Berns 는 자신의 유일성을 상상하는 수많은 개인들의 인생은 결국 여섯 가지 서사 구조를 벗어나지 않음을 담담하게 알려준다. 무한한 상상, 잠재력 같은 것을 수시로 논하지만 현실은 많지 않은 선택지와 생각보다는 적은 가능성을 냉정하게 알려준다. 그래도 2차원 평면에 곡선으로 흐름을 표현할 수 있는 여섯 가지면 충분히 많은 것이기도 하다.


2024.06.29

2019~2020, 작품 활동에 음악을 더하는 계획을 나름 거창하게 세웠던 적이 있다.

2022~2023, 음악을 직접 만든다는 이 작업은 2022년 개항장국제사진제 출품작, 인천아트플랫폼 공연장에서 가진 <물의 감각> 협업 공연에서 하우스 오픈 음악 그리고 2023년 두 번의 개인전과 한 번의 단체전을 통해 발표된 몇 개의 음원을 ‘사운드아트’라는 표현을 빌어 내놓은 것으로 이어졌다.


결론은,

2019년 연말 생각했던 방향과는 많이 달랐다는 것.


또 다시 이것을 놓고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셀 수 없이 던지게 된다. 던져놓고 해보던 과거와는 달리, 원하는대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과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생각 사이에서 간사한 저울질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4년을 사용한 방법‘으로 질문을 바꾸니 느낌이 확 달라진다.



2024.06.20

때는 2014년으로 돌아간다. 벌써 10년이나 지났음을 떠올리면 시간이 참 빠르게 간다는 생각이 든다. 6월이니 정말 딱 10년이 흘렀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특보로 사진 작업을 막 시작했다. 나름 굳은 결심이 있어 당시 딱 하나의 초점거리만 사용해 사진을 찍었다. 하나의 세팅만으로 여러 현장을 다녀야 하다보니 매번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먼길을 가야 하는 국내선 비행기 안에서, 함께 타고 가는 차 안에서 매번 현장 상황을 머릿속에 상상하며 필요한 것들을 재료로 이미지 트레이닝, 시뮬레이션을 했다.

공간(S)과 순간(m) 그리고 그것을 촬영하는 전략(𝛔)이 사진으로의 변환(T)을 만든다. 가능한 모든 시간(M)을 분할하여 '순간'으로 만들면 특정한 순간(m)은 가능한 모든 순간의 원소가 된다. 여기에 공간의 구조(𝜃)를 대입하고, 나의 관찰(O)과 순간에 대한 관찰(Om)까지 기호화한다. 극장 촬영을 위한 구상이라 여기에는 빠져있는데, 당시에는 현장에 있을 촬영기자 수십명의 포토라인을 생각해야 했다.

이것은 하루에도 몇 번씩 알 수 없는 공간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나름대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약 3개월여, 굳은 결심의 기간을 마무리했고, 이후에는 장비 셋업을 유연하게 가져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것을 극장사진작업으로 가져왔다. 다른 것보다 심지어 사진의 결과물보다도, 바로 이 변환(Transformation)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한 나의 인식을 작품활동으로 보려는 것이다.

앞으로 생성이미지(Generated Image)가 빠른 속도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 제작되는 스톡이미지(Stock Image)들을 밀어낼 것이고, 단순 기록이 아닌 표현이 개입하는 사진 작업에서 AI의 개입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매체나 결과물과 더불어 '인식'의 순간과 그 과정은 더더욱 중요한 것이 될 것이다.




2024.06.14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을 하나 발견해서 읽어보는 중이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진화인류학연구소의 부소장이었던 발달심리학자 마이클 토마셀로는 인간의 지능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들을 몇 가지 설명하는데, 그 가운데 재미있는 것이 '시뮬레이션'에 관한 것이다. 지능이 높은 측면을 통해 살아남는 개체와 종은 자신의 행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과 위험을 먼저 평가해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낮은 지능에서도 멸종하지 않는 종은 세대 순환과 번식이 빠르다. 토마셀로의 예에 해당하는 것이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다.

이러한 이론을 토대로 조금 생각해보면, 인간이 굉장히 싫어할 법한 한 것이 바로 "불확실성"이다. 즉, 많은 인간들이 현실이 갖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무엇이든 그럴듯한 설명을 통해 그 불확실성을 부정하고 확신을 위한 토대를 갖기 위해 실상을 외면하려 든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불확실성을 불편하게 느끼는 것을 넘어 혐오에 이르도록 거부하는 사회가 갖는 폭력성이 적어도 내가 살아온 시간 내내 우리 사회에 가득함을 느껴왔다. 나이, 성별, 출신지역, 사주, 관상, 혈액형에서 끝나지 않고 이제는 정치와 이념 그리고 전쟁상황에서 인력 배치를 효과적으로 해보겠다고 등장한 MBTI까지, 상대에 대한 편견을 완벽하게 세우는 것을 즐기는 사회다.

이 책은 사주와 그 풀이가 가진 문제들을 사주의 토대가 되는 자료들과 통계적 방법이 갖는 문제들을 보여주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듯 풀어낸다.



2024.06.04

초저녁 집에 들어가고 있는데 몇 년 전부터 마라톤 대화를 종종 나누는 작가 한 분의 전화가 들어온다. 마침 거의 도착했기에 집 근처에 대충 차를 세워두고, 차창을 열어 바깥 바람을 좀 느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략 50여분 정도.

근황 이야기를 좀 나누고 있자니, 미국 출품을 앞두고도 뭔가 기운차지 않은 느낌은 창작과 활동이 언제나 아주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는 현실을 잘 말해주는게 아닌가 싶었다.

정작 대외 협력 노력을 작가가 해야하고, 기획을 기관이 하고 있는 기묘한 현실과 만만치 않은 예산 확보 같은 항상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하다보니, 지난 몇 년의 고민이 도움이 되어드릴까 싶어 입밖에 꺼냈다.


"사물의 자본화와 생각의 작품화는 결과는 매우 달라도 원리가 같다."


'주술 incantation'은 어떤 가상의 세계를 구축해 현실 세계를 통제하려는 시도다. 이는 다양한 형태로 인류문명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들인데, 이런 관점으로 본다면 '돈'과 '예술'은 사실 다를게 없다. 주술이라는 표현이 불편하다면, 게임 game 이라 할 수도 있고, 그것도 탐탁치 않다면 '규칙'이라는 표현을 선택할 수도 있다. 나는 '주술'이라는 표현이 강해서 좋아라 한다.


개념설계 역량이 아무래도 관건일텐데, 우리 사회가 시도가 갖는 어떤 가능성에 대해서 보수적인 경향을 띄는 것은 역사적 맥락도 중요하겠지만 '개념설계 역량부족'이라는 상황에 주목하는게 더 좋지 않겠느냐 같은 이야기가 이어졌다. 차선을 바꾸거나 주차를 위해 자리를 잡으려면 당연히 후방 확인을 해야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운전할 때 전방을 보는게 아니라 자꾸만 거울로 후방을 보는 것 같은 상황이 연출된다. 과거는 거울이지 내일은 언제나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나는 토대론적 사고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쪽이라 '기본기'라는 표현보다는 '응용범위가 넓은' 같은 식의 표현을 더 좋아한다. 인과는 사건을 조합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조합을 하는 '생각의 도구'가 그만큼 중요하다.


그러니 자본주의가 발달한 사회는 무언가 잘 된다는 확신 뿐만 아니라 누군가 망한다는 사실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의 맞고/틀림을 통해 돈을 버는 시스템이 잘 작동할 것인가/그렇지 않을 것인가를 두고 내기를 하는 행위가 가능한지 여부 자체가 상품이 된다. 매우 창의적의고, 예술적이기까지 하다.


2024.06.02

일본의 어느 코미디 만화(제목은 잘 기억이 안남)에 편의점 계산대를 보는 알바생이, 손님이 산 777엔의 물건의 가격을 확인한 후 1,000엔을 받자 333엔을 거슬러 주는 장면이 나온다. 웃으면서 본 장면인데, 오래 전에 본 그 장면이 어느 날 고민거리가 되었다.

그 계산이 잘못된 것은 쉽게 이해하였는데,

어째서 그런 실수가 나오게 되는 것인지, 그리고 그런 실수는 왜 코미디의 소재로 쓰였는지, 코미디의 소재로 쓰였다면 작가는 어떤 메시지 맥락에서 그것이 엄청나게 웃긴 장면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했는지 등이다. 이를테면, 한 바보가 나오고 5+5=11 이라고 말한다면 웃을 사람은 별로 없다.


이런 패턴인지에 의한 간단한 계산 오류는 사진 작업을 하다보면 자주 일어난다. 판형이나 크롭 비율이 정해지는 사진의 특성상 적용해야 하는 비율을 틀리는 경우 순간 "으잉?"하게 되는데, 알고 보면 종횡비를 단순하게 대입했거나 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4:3 판형의 확대 값은 12:9 이지 16:9가 아니라는 것이다.


찾다보니 이것은 대표적인 표면적 유사성에서 비롯되는 오류로, 대개 패턴인식이나 단순화 과정에서 일어나기 쉽다고 한다. 즉, 깊이 이해한 사람도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지만, 잘못 이해한 경우에도 설명이 단순해진다는 결론이 나온다. 관찰에서 유사한 패턴을 얻을 수 있는 경우 이것을 일반화하게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그렇게 하면 오류가 될 수 있다.


단순하지만, 그 실수가 왜 일어나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은 꽤 재미있는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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